국제계약에 대한 이해

국제계약

1. 서 론

대외무역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함에 따라 국제거래의 법적측면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당사자간의 거래의 내용을 법적으로 명확히 함으로써 해석상 이견이 생길 가능성을 제거하고, 계약위반 시 부담할 책임의 소재와 내용을 계약을 체결할 때 미리 양당사자에게 숙지시킴으로써 분쟁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예방적인 견지에서 더욱 그러하다.

국제거래도 국내거래와 마찬가지로 계약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大陸法을 繼受한 우리나라의 경우 거래당사자간 계약서는 간단히 형식적으로 작성하고, 거래내용 중 중요한 사항만 간략하게 기재함이 보통이다. 추후 계약서의 내용에 대한 당사자간의 의견이 서로 다르거나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항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 등이 문제된 경우, 일단 당사자간에 그들 간의 우의관계를 앞세워 적당히 해결하려고 하며, 그렇게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法律規定에 따르거나 法院의 결정에 맡겨두고자 한다. 이는 모든 법적인 사항을 가능한 명시적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2차적인 조정자적인 기능보다는 주재자적인 기능을 法院의 주된 기능으로 하는 대륙법계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이 19, 20세기의 국제상거래를 주도하여 온 관계로, 국제거래와 관련하여 체결되는 계약은 영미의 계약관행에 따르고 그 성립과 해석 및 효력발생 등에 관한 준거법도 영미법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미의 계약관행은 당사자간에 합의된 내용을 가능한 한 자세히 그리고 명확하게 기재한 정형화된 계약서를 작성한다. 다시 말하면 대륙법계의 입장이 계약의 개요만을 정하고 구체적 사항은 법의 해석에 맡기려는 자세임에 비하여, 영미법계의 입장은 장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을 명확히 한 후 이를 상세히 계약서에 규정하고자 한다. 물론, 현재 미국의 대다수의 주와 영국이 상거래 관련법에 있어서는 법률규정을 갖추고 있지만, 이전에는 성문의 법규가 없어 법률규정 등에 의한 계약내용의 보충이 용이하지 않았으며, 법원도 계약서의 내용을 보충하거나 확대하여 해석하지 않고, 가능한 한 당사자의 의사, 즉 합의한 내용에 따르고자 노력하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국제거래는 법률과 제도가 상이하고 경제.사회.문화적인 관습이 서로 다른 나라의 당사자간에 이루어지므로 그만큼 서로 생각하고 이해하는 바가 다를 가능성이 많다. 또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도 국내거래에 비하여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 및 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국제거래에 있어서 계약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작성한다는 것은 국내거래에 있어서 보다 훨씬 절실히 요구된다. 법의 기능 중 발생한 사건을 사후에 해결하는 기능보다는 분쟁을 그 발생 전에 미리 차단함으로써 거래를 원활하게 성사시키는 기능, 즉 豫防法(preventive law)으로서의 법이 크게 작용하는 분야가 국제계약 분야이다.

2. 국제계약의 의의

국제계약이란 간단히 “국제거래와 관련하여 체결되는 계약”을 말한다.

가. 국제거래

국제거래란 거래가 국제적(international)임을 말한다. ‘국제적’의 의미는 이를 사용하는 입장에 따라서 서로 달라질 수 있다. 국제계약의 국제성은 계약의 성립과 이행 그리고 불이행시의 救濟方法(remedy) 등과 관련하여 국내계약과는 다른 법률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일차적인 의의가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국가’가 관련된 거래라는 특성보다는 서로 다른 ‘法域'(jurisdiction)이 관련된 거래라는 점이 더욱 강조된다. 참고로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UNCITRAL)가 1980년에 채택한 국제물품매매에 관한 UN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에서는 그 적용을 받는 국제매매계약을 “서로 상이한 국가에 영업소를 둔 당사자간의 계약(contracts . . . between parties whose places of business are in different States)”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계 약

우리법상 계약이란 넓게는 私法상의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좁게는 그 중에서도 채권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서로 대립되는 두 개 이상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하는 법률행위”를 말한다. 국제계약이 주로 준거하는 영미법상의 계약의 의미도 당사자간의 의사의 합치를 요건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말한다는 점에서는 우리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외의 또 하나의 요건으로서 約因(consideration; ‘對價’라고도 함)을 요한다는 점이 다르다.

계약의 특성으로서 계약이 그 내용대로 이행되지 아니하면 상대방은 公權力, 즉 법원의 힘을 빌어 그 이행을 강제하거나 또는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는 등 법에 의한 구제수단이 인정된다.

3. 국제계약의 특성

국제계약은 서로 다른 제도.사회.경제.문화.풍습 및 언어 등이 관여하고, 당사자가 속해 있는 국가가 서로 다른 主權國家인 것이 보통이며, 특히 서로 다른 法域이 관여하므로 국내계약에 견주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가. 영미법 원칙의 우세

세계각국의 법률제도는 크게 成文法을 주된 法源(source of law)으로 하는 대륙법계(civil law system)와 성문화된 법전 없이 先決例를 주된 법원으로 하는 영미법계(common law system)로 구분되는데, 주로 영미법계 국가들이 국제상거래를 주도하여 온 관계로 국제계약은 영미에서 발달한 계약형식을 취하고, 영미법상의 원칙에 따름이 일반적이다.

나. 당사자 자치 원칙의 적용

當事者自治(party autonomy)란 거래관계의 내용과 그에 적용할 법을 계약당사자가 합의하여 자유로이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하며, 계약자유의 원칙의 한 유형이다. 당사자자치는 계약에 적용될 實質法이나 그러한 실질법의 선택기준을 정하는 법, 즉 涉外私法중 어느 섭외사법에 따를지를 당사자가 정하는 저촉법적 당사자자치와 계약의 내용자체를 당사자가 자유로이 선정하는 실질법적 당사자자치, 그리고 당사자간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곳에서 해결할지를 정하는 소송상의 당사자자치로 구분된다. 국제계약은 국내계약에 비하여 거래당사자가 계약의 내용과 그에 적용될 법 그리고 분쟁의 해결방법까지 모두 그들 간의 합의에 의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당사자자치의 원칙(principle of party autonomy)의 적용이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이다.

다. 주권간섭의 가능성

국제계약은 당사자가 서로 다른 국가의 국민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계약의 성립이나 그 이행 등이 둘 이상의 주권국가와 관련됨이 일반적이므로 서로 자국 국민의 권익이나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主權의 衝突이 야기될 수 있다. 또한 국제계약은 거의 예외 없이 어느 主權國家의 국익보호와 관련하여 제정된 법규, 예를 들면 외환관리법규, 대외거래법규, 외자의 도입과 그 규제에 관한 법규 및 독점규제법규와 공정거래법규 등의 적용문제가 발생한다.

라. 법에 의한 강제의 곤란

국제계약은 그 내용에 따른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이를 강제로 이행시키거나 그로부터 발생한 손해를 배상 받음에 있어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국내계약에 비하여 훨씬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일단 문제가 발생한 때에는 권리의 확보에 많은 노력과 시간 및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권리집행의 유효성도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문제의 발생을 배제시키는 노력이 특히 중요시 된다.

마. 적용 법규의 정형화 추세

세계의 경제가 블럭화의 단계를 넘어 하나의 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국제계약도 보편화.정형화되고 있다. 국제계약에 있어서도 이러한 점이 반영되어 普通去來約款에 의한 계약의 체결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또한 예를 들면, 무역조건의 해석에 관한 국제규칙(International Rules for the Interpretation of Trade Terms; INCOTERMS)이나 1993년에 다섯번째로 개정된 바 있는 신용장통일규칙(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s; UCP)과 같이 국제거래계약에 통일적으로 적용될 국제적 법규들이 마련되고 있다.

바. 정형화된 계약서의 작성

우리 법에서는 물론 영미법에서도 계약이 유효하기 위해서 어떤 형식을 요하거나 서면화 할 것을 일반원칙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물론 영미에 있어서 詐欺防止法(Statute of Fraud)상 일정한 계약체결의 경우, 그 계약의 중요성을 이유로, 또는 그 계약의 성격상 용이하게 허위로 계약의 성립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기적인 계약성립의 주장을 차단하기 위하여, 유효한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서면에 의한 계약일 것을 요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며 대부분의 계약은 구두로 체결하여도 무방하다. 반면에 국제계약은 법률적인 요건여부에 불구하고 아무리 간단한 계약일지라도 정형화된 서면계약으로 체결함이 보통이다.

4. Contract와 Agreement

영문으로 된 국제계약 중 ‘contract’ (Shipbuilding Contract, Construction Contract, Sales Contract)라는 표제의 계약서도 많으나, 적지 않은 계약은 ‘agreement'(Loan Agreement, Agency Agreement, Joint Venture Agreement)로 불리고 있어 양자가 서로 다른 법적 의미를 갖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Agreement’는 2인 또는 그 이상 수인의 당사자 사이의 意思의 合致(consensus of two or more minds in anything done or to be done) 내지 당사자 상호간의 受諾意思의 表明(manifestation of mutual assent)을 의미한다. 즉, 우리법상의 합의에 해당하며, 일반적으로 법적 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합의 내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까지도 포함한다.

한편, ‘contract’는 우리법상의 계약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즉, contract는 2인 이상의 당사자 사이에 어떤 作爲 또는 不作爲를 할 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는 의사의 합치로서 특히 당사자의 일방이 합의내용을 위반하였을 경우 상대 당사자가 이행의 강제나 손해배상의 청구 등 일정한 구제수단을 행사할 수 있는 합의, 즉 구속력 있는 법적관계를 발생시키는 합의를 의미한다(an agreement between two or more persons creates an obligation to do or to abstain from doing some act which is intended to give rise to enforceable legal relation). 이러한 contract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격 있는 당사자, 합의의 목적, 법적으로 유효한 약인 그리고 합의 및 의무의 상호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The essentials of a contract are competent parties, subject matter, a legal consideration, mutuality of agreement and mutuality of obligation). 따라서, contract는 그 성립요건이 보다 엄격한 대신에 그에 따른 효과로서 법적인 강제력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단순히 당사자간 의사가 일치되었음을 나타내는 agreement와 구분된다. 이와 같이 엄밀히 계약법적 의미에서 양자는 차이가 있으나, 개별 계약의 명칭으로 사용되는 때에는 단순히 ‘계약’을 나타내는 동일한 뜻의 용어로서, 또는 계약서 자체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의미의 차이 없이 관례적으로 사용된다.

5. 국제계약의 적용법규

국제계약의 성립, 효력의 발생, 해석 및 이행 등에 적용할 법의 결정은 국내계약의 경우보다 훨씬 복잡하다. 국제계약에서는 당사자자치 내지 계약자유의 원칙에 입각하여 어느 나라의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한 계약당사자가 자유로이 適用法規를 정할 수 있다. 즉, 당사자의 약정내용이 제1차적인 규범이 된다. 이러한 당사자의 약정은 계약의 내용 그 자체를 당사자가 스스로 정하거나 그 계약에 적용될 실질법규를 직접 지정하거나 또는 어느 나라의 涉外私法에 의하여 그러한 법이 정해지도록 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이러한 당자사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당사자간에 또는 유사한 국제거래에서 동일한 事案이 반복하여 규칙적으로 이루어져 그에 관하여는 관례가 형성되어 있다고 판단되면, 그 관례가 국제적인 관습 내지 관습법으로서 국제계약의 준거법규가 된다. 당사자의 약정도 없고 관습 내지 관습법도 형성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사안을 판단하는 법원이 적용할 준거법규를 결정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계약이 이루어진 곳(행위지)의 법에 의하거나 또는 법원 소재국(법정지)의 법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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